줄거리
이 영화는 대지진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궁아파트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지진 속 화재를 진압하는 영탁(이병헌)이
아파트 주민들의 투표로 주민대표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재난상황이 점점 길어지자 물과 음식은 소진되기 시작해 아파트 밖에서 음식과 물건들을 구해와서 간신히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던 중 임대아파트라고 무시하던 건너편 아파트 주민들이 살려달라고 황궁아파트에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 싸움이 시작되는 가운데 영탁은 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점점 더 치열하게 맨 앞에
서서 몸을 사리지 않고 사람들을 내쫓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신의를 얻고 칭찬을 받으며 그동안의 인정받지 못하던 자신의 처지에서 처음으로 겪는 뿌듯함으로 아파트대표로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조직을 지키기 위한 명목아래 점점 더 도덕과 윤리는 온데간데없이 변해가는 영탁과 주민들의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명화(박보영)라는 여자는 인간으로 마지막까지의 도덕과 윤리를 지키려 하는 인물입니다.
생존을 위해 잔인한 과정으로 음식을 구해온 남편과도 신념의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 와중에 영탁의 비밀을 알고 있는 혜원이 나타나서 비밀을 밝히고 결국 집단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점점 난폭해지는 주민대표 영탁이 비밀이 탄로 날 것을 막기 위해 혜원까지 없애버립니다.
결국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피해 민성과 명화는 그곳에서 나옵니다.
결국 나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공격받아 남편 민성을 죽게 되고 명화는 살아남습니다.
재난상황이 길어지자 주변에서는 황궁 아파트 사람들은 인육까지 먹는 인간들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게 됩니다.
감독의 말
엄태화 감독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아파트라는 소재에 끌렸다고 했습니다.
감독은 많은 사람에게 삶의 터전이자 자산이기도 한 애증의 공간이라는 아파트를 주거지 그 이상을 의미하는 공간이며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이라는 마음으로만 바라보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라는 흐름으로 가기 쉽다고 말합니다.
이런 마음이 악이라 부르는 선택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간들의 이기심에서 출발해 결국에는 악이 아니라 연민으로 가게 하는 게 최종 목표이며
그것은 결국 나와 내 가족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리뷰
영화의 스토리전개나 내용이 풍부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하다 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평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병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김선영 배우는 정말 그 영화 속의 그분이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영화의 마지막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황궁아파트에서 나와 바깥지역의 생존자가 묻습니다.
(타인) "진짜 그 아파트 사람들 사람 잡아먹는 사람들이에요?"
(명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자리를 내주고 동행해 주는 다른 생존자에게 명화가 묻는다.
(명화) "정말 살아도 돼요?"
(타인)"살아있으면 사는 거죠"
그렇습니다, 진정한 악인은 없었고 생존의 가치는 노동의 대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에서는 집단이기주의 뒤에 숨은 인간의 이중성을 꼬집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다른 구역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생존물자를 나눠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해보았습니다.
영화 속 명화는 생존물자를 구해오는 남편에게 먹지 않아도 되니 그 일에 참여하지 말라고 종용합니다.
명화자신도 생존물자를 구하고 악착같은 생존력을 보여주면서 도덕과 신념을 지킨다면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겠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명화는 그저 남편이 구해오는 물자를 기다리고 아파트 안에서 머물러있으면서 남편에게 물자 구하는 일을 반대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명화를 아주 답답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명화의 입장과 영탁의 입장을 두고 나는 과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죽고 명화만 살아남게 됩니다.
아마도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도덕적 신념을 끝까지 버리지 말고 명화처럼 살아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